“사람이 죽어도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라기를 멈춘대.
머리카락은 어떻게, 영혼이 떠나간 것을 알까.”
(코엔 형제, The man who wasn’t there, 2001)

누군가에게서 나를 향한 마음이 떠나는 것을, 나도 머리카락처럼 알아채고 싶다.
가령 어느 날 침대 위에서 벽에 기대고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창밖으론 비가 내리고,
책상 위에 놓인 컵과 전자사전과 튤립 열 송이가 노란 정오의 빛 속에 고요할 때,
아 먼 곳에서 누군가 나를 향한 생각을 내려놓았구나,
아득한 무언의 기별을 받고 싶다.

행복하길.
미안할 필요가 없단다.
내 상처는 모두 내가 만들었고,
내 사랑도 오직 내 것이었어.

행복하길.
또 한 번의 연애를 시작할 때 그 어느 사진엔가 아름이가 나를 태그하며 저 말을 남겼었지.
언니, 행복하길.
행복하길.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말한다.
나도 그들을 향해 말한다. 행복하길.
잡히지 않는 주파수를 타고 우리들의 電信이 퍼져 나간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우리가 이미 이루어진 행복의 기원 속에 동그랗게 모여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양이 어쩌면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