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며칠 뒤 진세이는 멀리 있던 내게
정원씨 몸 조심하고 배 같은 거 타지 마요 문자를 보냈더랬다.
울고 있는 이모티콘에 뚝뚝 아픔을 묻혀서.

언젠가 한 아이가 지하철역 계단에서 발이 걸려 넘어져 울자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즉각 자기 아이를 돌아보며 말했지 너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그 잔인하고 가벼운 타산지석의 현장에서
고등학생인 나는 친구와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고.

그렇게 가벼이 참조할 만한 넘어짐이라면,
삶이 세월이 그 정도 삐걱거림일 뿐이라면 얼마나,
얼마나.

허나 나는 그 엄청난 무게의 사건 앞에서
한낱 가벼운 내 목숨을 염려하여 안위를 당부하던 진세이의 말이,
그 타산지석의 충고가,

고마웠고 애틋했고 실은 조금 감동했으며,
스스로 황송히도 소중히 여겨진 만큼이나 짙게,
또 스스로 하찮고 부끄러웠다. 그 날로부터,

황망히도 무안해진 우리의 목숨.

자전거, 채플린, 탱고, 연극부, 수학여행 장기자랑.

등기소에 불은 누가 질렀지?

우리가 질렀지, 내가.